[Color your music] 꾸밈없어서 대단치 않아서 더 좋아 - 아이들의 아카펠라 '스쿨레코딩' - 사운드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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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your music] 꾸밈없어서 대단치 않아서 더 좋아 – 아이들의 아카펠라 ‘스쿨레코딩’

“아이들에게 조회수 200회를 숙제로 내줬는데, 

125만회를 넘어버린거에요.”

COLOR YOUR MUSIC 캠페인을 시작한 지 3일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청춘’ 내지는 ‘열정’ 등의 키워드가 모티브였고, 본래의 취지는 대학에서 밴드활동을 하는 동아리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이메일을 보낸 건 쌩뚱맞게도 한 초등학교의 담임교사였다.

‘혹시….초등학교 레코딩 동아리도 될까요..? 아이들 데리고 버스킹 공연을 하고, 레코딩도 합니다. 공연 완성도나 퀄리티는 대학교보다 떨어지겠지만, 아이들과 더 많은 공연을 하고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이크를 받고 좋아할 아이들 표정을 생각하며 신청해봐요.”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 아카펠라 영상(6학년 1반) 출처 : School Recording (Youtube)

투박한 검은 화면에 A cappella Movie Project In Our Sounds 라는 문구가 뜨고 Soprano, Mezzo Soprano, Alto, Tenor, Bass, Beat Box 가 차례대로 나온다. 하나하나 음이 쌓이고 리듬이 생기고 모든 과정들이 하나로 합쳐지기까지 1분 17초가 걸렸다.

특출나게 노래를 잘 하는 것도, 그렇다고 영상기법이 화려한 것도 아닌데 끌렸다.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만장일치로 스쿨레코딩 동아리가 있는 청주의 한 초등학교로 향했다.

스쿨레코딩 동아리를 향해 가는 길. 벚꽃이 활짝 예쁘게 피었다.

한 학년 전체 정원수가 10명 남짓인 작은 학교.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건물 내부의 모든 것이 편백나무로 지어진 깨끗하고 따뜻한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서 이메일을 보낸 온화한 인상의 선생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처음에 영상이 완성되었을 때는 밤새 봤어요.

이런 결과물이 나올 줄 몰랐거든요”

 

Q.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스쿨레코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시작은 제작년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아카펠라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큰 기대없이 레코딩 장면을 녹화해서 유투브에 올렸죠. 영상 연출을 화려하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찍어서 올린거에요. 아이들에게 조회수 200회를 넘기라는 숙제를 장난으로 내줬는데, 125만회를 넘어버렸죠. 그때부터 시작이었어요.

스쿨레코딩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6학년 학생들

많이 좋아해주시는 분들 보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전 제가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 영상 첫 소절에 눈물이 났어요.’ 라며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 보면서 저도 에너지를 얻고 그랬죠. 마음 같아서는 한달에 하나씩 꾸준하게 영상을 업로드 하고 싶어요. 하지만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게 한번에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보니까 텀이 길어지네요. 이번 스쿨레코딩을 계기로 집에 작은 부스를 갖춰놓고 학생들과 함께 녹음을 하고 있어요.

Q.편곡도 직접 하시나요?

A.때에 따라서는요. 작년 7월에 유투브에 올린 ‘바람의 빚깔’ 커버곡은 제가 직접 편곡을 했어요. 아이들의 목소리만 빌려서 튠만 잡았을 뿐인데 결과물이 참 예쁘더라고요. 아이들 목소리가 워낙 예쁘니까요.

 

Q.부모님들 반응도 좋을 것 같아요.

A.나중에 가족 음반 내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면 도와드릴까 싶어요. 언젠가 그런 것도 하게 되지 않을까 해요.

Q.주변반응은 어땠어요? 혹은 저희 말고 다른 인터뷰 의뢰나 방송문의가 있었나요

A.우선 미디음악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종종 연락이 와요. 이것저것 물어 보시기도 하고. 자기도 학생들이랑 같이 음악을 하고 싶다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런것도 물어보시고, 얼마전에는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을 발굴하는 모 유명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었는데.. 뭐 애들이 재능으로 한다기 보다는 애들 목소리를 제가 기계로 잡아서 만드는 거니까 방송 출연하기에는 애매한 것 같아 일단 거절을 했어요.

Q.스쿨레코딩,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A.누구나 원한다면 설명만 듣고 아카펠라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보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스쿨레코딩이 저희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쉽게 만들수 있었으면 해요. 교사인 제 친구에게 제 방법을 알려줬는데 일주일도 안되서 아카펠라를 하더라고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참여하고 알려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Q.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커버영상 보고 정말 감동받았어요.

A.저도 처음에 영상이 완성되었을 때는 밤새 봤어요. 이런 결과물이 나올 줄 몰랐거든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니 당연히 실력도 없어서 공부를 좀 했어요. 그러다가 차츰 하게 된건데, 아이들과 함께하니 만들때도 행복하고 재미있었어요.

Q.아카펠라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목소리를 악기처럼 다루는 장르이다보니 감정 전달이나 공감력을 더 확장시킨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꾸밈 없이 순수한 목소리라서 특히 더 그럴거고요.

Q.아이들과 함께 작업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A.아무래도 녹음도 안해봤고, 자기 목소리를 잘 낼줄 모르다보니.. 콘덴서 마이크 하나 앞에 놓아두기만 해도 아이들이 위축되고 떨더라고요. 그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마이크를 하나 사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줬어요.

Q.그렇군요. 아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게 정말 중요할 거 같아요

A.네. 최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니터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녹음받을 때 해야 마땅한 미덕이랄까. 중요하죠. 저희집에 놓은 부스에 음악하는 선생님들이 종종 오셔서 녹음하고 가시곤 하는데, 보면 그 분들도 녹음할 때는 떨면서 하세요. 한낱 집에 있는 부스일 뿐인데도.. 그러니 애들은 오죽할까 싶어요.

Q.아이들이 아카펠라 말고 다른 음악활동도 하나요?

A.웹기반 DAW와 사운드캣에서 구매한 Xkey25 그리고 아이들이 동기부여 할만한 예쁜 헤드셋과 마이크 몇개 사주고 음악을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줘봤어요. 샘플링 기반이긴 하지만 꽤 잘 만들더라고요. 들려드릴까요?

아이들이 만든 곡을 몇 개 들어봤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서툴게 멜로디를 만들고 비트를 찍는 보석 같은 눈망울들이 선하게 그려졌다. 평범했지만 단조롭지만은 않았고, 그 속에 때로 각자 말하고자 하는 바, 원하는 바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직접 자신의 음악을 만들거나 아카펠라로 화음을 쌓는 음악 작업을 통해 자신도 한층 성장하고 타인에게도 감동을 전하는 아이들. 이  순간들은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고 어쩌면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 때도 추억하고 이야기 할만한 소중한 순간들이리라.

 

<스쿨레코딩 동아리의 ‘송은섭’ 학생과의 인터뷰>

“선생님이 알려주셨는데 기본 박자들에 멜로디만 맞게 악기 소리를 넣으면 음악이 된대요. 이것저것 넣어보며 뒤죽박죽 섞다 보니까 마음에 드는게 나왔어요”

Q.이름이 뭐에요?

A.송은섭 이에요

Q.전교회장이라던데..

A.네. 형도 회장이었어요.

은섭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 교회 오케스트라를 했다고 한다. 지금도 방과 후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하고 있고, 파트는 퍼스트 바이올린이라고.

T.은섭이 바이올린 실력이 꽤 괜찮아요

A.그렇게 좋지는 않은데.. (웃음)

Q.바이올린을 했었구나. 노래는 언제 처음 했어요?

A.예전에 교회에서 합창단 한 게 처음이에요.

Q.아까 얼핏 들어봤는데, 음악도 만든다면서요?

A.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음악 만드는데, 꽤 재밌어요..

Q.노래 만들때에 멜로디는 어떻게 만들어요?

A.선생님이 알려주셨는데 기본 박자들에 멜로디만 맞게 악기소리를 넣으면 음악이 된대요. 이것저것 넣어보며 뒤죽박죽 섞다 보니까 맘에 드는게 나왔어요

재능도 많고, 아이임에도 어딘가 다부진 느낌이 드는 은섭학생. 문득 장래희망이 궁금해졌다.

Q.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A.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어요.

T.역사 시간에 난리가 나요.

 

Q.그런데 왜 꼭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은지?

A.근현대사 과목도 재밌고, 영화 택시운전사랑 1987보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됐어요. 원래는 천문학자가 꿈이었고 그래서 우주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Q.음.. 세상에 부조리나 잘못된 부분들을 보면 그걸 좀 고치고 싶고 바로잡고 싶고.. 그런 마음인건가요?

A.네. 저는 언론인이 되고 싶어요.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할 줄 아는 참된 언론인요.

넌 아마 멋진 어른이 될거야

 

Q.초등학교 졸업을 하면 이 주변에 중학교로 가요?

A.시내에 있는 아이들 열 명,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두 명이에요  시내에 있는 열 명은 자기 집 근처에 있는 중학교로 흩어져요.

Q.친구들이랑 음악도 같이 하고 그러면 재미도 있고 많이 친해지고 할거 같아요

A.네.음악하기 훨씬 전 옛날부터 친했어요. 근데 오래 지내다 보니까 부딪히는 일도 많이 생기고요. 그래도 얼마 지나면 자연스럽게 서로 화해하고, 해결되요.  

 

Q.엄마나 아빠는 은섭이가 음악 하는걸 보고 뭐라고 해요?

A.엄마는 음악 많이 해두라고, 경험 많이 쌓이면 나중에 좋다고 하세요. 사실 교회 합창단은 예전에 하다가 저랑 안맞아서 그만뒀고 바이올린을 하게 된건데, 바이올린은 재밌어요. 어릴때 쓰던 작은 바이올린이 아직도 베란다에 있어요.

Q.형제가 있어요?

A.삼 형제에요. 형은 작년에 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다니고 있어요.동생도 이 학교 다니고. 형도 이학교 졸업했고, 제가 둘째에요. 그리고 저희 집은 할아버지부터 대대로 회장이었어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형도 전교회장이었고, 은섭이도 전교회장이다.)

Q.좋아하는 노래나 가수 있어요?

A.팝송좋아해요. 언제부터인가 자주 듣다 보니까 좋아하게 됐어요.

Q.팝송 좋아하는 이유가?

A.따로는 없는데 그냥 듣다 보니까 듣게 됐어요.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안나요.

Q.오늘 인터뷰 해줘서 고마워요.

A.감사합니다

 

Q.훌륭한 어른이 될 것 같아요.

Q2..그건 커봐야 알지.

Q.선생님하고 친한 것 같은데. 선생님의 어떤 점이 좋아요?

A.너무 많아서 꼽을 수가 .. 대답하기 힘들어요…  (웃음)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선생님 사랑해요 라던가

… 침묵…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바라게 되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아카펠라를 연습하고, 멜로디를 만들며 자신에 대해 발견하거나 때로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따금씩 떠올릴 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분명 자전적인 위로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