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소닉스(EarSonics)S-EM9 리뷰 by 루릭

이어소닉스(EarSonics) S-EM9

사람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를 알고 있다

글.사진 : 루릭 ( luric.co.kr , @LuricKR )

주변 소음을 잘 차단한 상태에서 음악 속으로 최대한 깊이 들어가는 경험 – 이것이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IEM)의 매력이 아닐까요? 음악 연주 공간을 내 앞에 소환하는 라우드 스피커, 음악 연주 현장 속에 자리 잡고 앉게 해주는 헤드폰 – 이런 경험과는 그 주제가 다릅니다. 취향에 맞는 이어폰을 구입하면 생활 속의 한 가지 변화가 생깁니다. 언제나 반복해서 달리던 길도 새 자전거로 달리면 즐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같은 음악도 새로운 이어폰을 거치면 새로운 음악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자신의 소리 취향을 명확히 알고 있거나, 소리 취향이 완전히 고정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러한 개인의 취향을 뛰어넘어서, 그저 듣기만 하면 본능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가 존재합니다. 고가의 인이어 모니터 시장에도 그러한 소리가 있으며 그 때문에 조그마한 이어폰 하나에 몇 백만원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어소닉스(EarSonics)의 플래그쉽 인이어 모니터 ‘S-EM9’은 프랑스에서의 가격도 1,490유로나 되는, 이어소닉스의 커스텀 이어폰들보다도 비싼 모델입니다. (몇 가지 옵션이 붙지만 이어소닉스 커스텀 이어폰 가격이 900유로 정도로 형성됨) 막대한 가격 차이는 독특한 사운드 시그니처로 호평을 받은 S-EM6보다도 훨씬 좋아졌다며 이어소닉스에서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직접 감상을 해본 결과, S-EM9은 그냥 듣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 감상의 다양한 심리 요소를 잘 조리하는 이어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각 음역에 다수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리로 알려주는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S-EM9의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문단을 작성한 후 이어소닉스의 웹사이트를 봤더니 거의 똑같은 말을 하고 있군요. 자신들은 감정(Emotion)을 창조하기 위해 이어폰을 만들며 S-EM9은 음악을 새롭게 발견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제품에 정말로 높은 가격의 가치가 있는지는 직접 들어보셔야 알 수 있겠지만, 청음용 제품이 풀릴 확률이 무척 낮으니 제가 최대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참조만 해주세요.

S-EM9을 구입하면 생각보다 슬림하면서도 내용물이 단정하게 정리된 박스를 받게 됩니다. 뚜껑을 열면 ‘메르시…’라는 감사의 단어가 보이고… 그 안에는 케이블과 이어팁을 장착하여 정리해둔 이어폰 본체와 작은 하드 케이스, 귀지 청소 도구, 6.3mm 어댑터가 보입니다. 이어팁은 따로 정리가 필요하겠군요. 주로 사용되는 회색의 더블팁이 두 쌍 있으며 작은 사이즈의 검은색 더블팁과 버섯처럼 생긴 검은색 싱글팁이 있습니다. 또, 컴플라이 폼팁이 네 쌍 있는데 소형과 중형으로 나뉩니다. 다른 커널형 이어폰들도 그렇지만 S-EM9도 이어팁 종류에 따라서 핏이 다르고 소리도 다르게 나옵니다. 단, 제 귀로 듣기에는 컴플라이 폼팁을 사용할 때의 소리보다 회색 더블팁이 훨씬 좋았습니다. 폼팁을 쓰면 고음이 많이 깎여 나가는데 여러분의 귀에는 또 어떻게 맞을지 모르기 때문에 확정하지는 않으렵니다. 일단 이번 감상문의 모든 내용은 회색 더블팁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이어소닉스의 이어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회색 더블팁은 길이가 조금 긴 편입니다. 그래서 더블팁 기둥의 아래쪽을 조금 잘라서 짧게 만드는 경우가 있더군요. 빌린 제품이라서 직접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혹시 구입하신다면 더블팁 여분이 있으니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어팁 기둥이 짧아지는 만큼 외이도 입구로 노즐이 더 깊게 들어가므로 소리의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다른 이어폰의 더블팁(회색 더블팁보다 기둥이 짧은)을 끼워서 들어봤는데 저음이 조금 더 강해지고 고음이 아주 조금 약해졌습니다. S-EM9의 소리 성격이 다르게 느껴질 만큼 큰 차이는 아니지만 만약 회색 더블팁이 귀에 잘 맞지 않는다면 기둥 끝을 조금 자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어폰 하우징을 살펴봅시다. 헤드폰잭이 없는 폰이지만 아이폰 7 제트 블랙과 잘 어울려서 함께 찍어보았습니다. 아주 연하게 속이 비치는 검은색 아크릴 쉘이며 생각보다 두껍지는 않습니다. 이어폰의 무게가 무척 가벼워서 귀에 끼웠을 때 존재감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하우징 마감이 깔끔하며 표면이 매끄러워서 귓바퀴에 편안히 들어옵니다. 좌우 구별은 빨강색 숫자 9가 그려진 쪽이 왼쪽입니다. (보통은 빨강색이 오른쪽이지만 S-EM9에서는 반대!)

S-EM9은 3-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사용하며 노즐의 보어(Bore)도 각자 다른 크기로 3개가 뚫려 있습니다. 노즐의 지름은 약 4mm 정도로 다른 커널형 이어폰들(보통 2mm 아니면 5mm)과 다르니 별도의 이어팁을 구입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S-EM9에는 컴플라이 T-400 폼팁이 헐렁하고 T-100은 너무 좁습니다.

케이블은 튼튼한 트위스트 타입이며 길이는 줄자로 재어보니 124cm 정도가 나왔습니다. 옷에 스칠 때의 잡음이 거의 없으며 이어훅을 사용하는 커널형 이어폰답게 소음 차단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이어팁이 외이도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어폰 하우징이 귓바퀴 속에 안착되는 것도 중요하니, 착용할 때 귓바퀴를 위쪽으로 잡아당기며 밀어 넣는 연습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케이블의 이어훅 안에는 단단한 철사가 들어 있는데 이어훅의 형태 고정에는 좋지만 안경을 쓰고 있다면 안경테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해줍시다. 부딪치면 딱딱 소리가 나거든요.

케이블의 탈착을 위한 커넥터는 2핀 구조입니다. 왜 MMCX 커넥터를 쓰지 않는지 궁금한 분도 있을 터이니 설명해보겠습니다. MMCX 커넥터는 케이블 탈착이 쉽지만 자주 빼고 끼우면 안쪽이 헐렁해져서 접촉 불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구를 써서 조여주는 해결책도 있음) 이와 달리 2핀 커넥터는 탈착이 어려운 편이지만 접촉 불량 확률이 낮습니다. 그래서 인이어 모니터 유저 중에서도 MMCX보다 2핀을 선호하는 사람이 제법 많지요. 또, 현재 커스텀 케이블 시장에도 2핀 커넥터 제품이 많으니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SOUND

*고성능의 소리 분석기, 알맞게 맞춰진 감도

주파수 응답 범위 5 ~ 20,000Hz, 임피던스 38.5옴, 감도는 121dB/mW라고 합니다. 이 제품은 채널당 9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유닛을 담았는데 3-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고음 4개, 중음 4개, 저음 1개 구성입니다. 수치 상으로는 감도가 매우 높은 듯 하지만 기기의 노이즈를 뚜렷하게 들려줄 정도로 높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Sensitivity 또는 SPL(Sound Pressure Level) 수치가 100dB를 넘어가면 고감도 이어폰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실제 사용에서 체감하는 감도는 다르더군요. 예를 들어 SPL 118dB의 웨스톤 ES60은 LG V20 헤드폰 출력의 지글거리는 노이즈를 강하게 들려주어서 감상하기가 힘들지만, Sensitivity 121dB의 이어소닉스 S-EM9은 비교적 고요한 배경에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곡의 도입부나 조용한 부분에서는 V20 헤드폰 출력의 노이즈가 약하게 감지됨) 이것은 장점과 단점이 아니라 각 인이어 모니터의 특징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매우 민감한 ES60은 그만큼 음의 디테일을 잘 잡아내는 분석기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S-EM9도 소리 분석기의 역할을 하지만 여러 기기와 편안히 연결할 수 있도록 알맞은 감도를 지녔을 뿐입니다.

*하나의 음 영역에 여러 개의 드라이버를 쓰는 이유 – 에너지?!

이번 편에서는 멀티 BA 이어폰에서 느껴지는 각 음 영역의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S-EM9은 분명히 저음이 강조되어 있으나, BA 1개로 재생하는 저음보다도 4개씩으로 재생하는 고음과 중음의 에너지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뭔가 ‘압력’이 다르다고 할까요. 멀티 BA 이어폰에서 드라이버 숫자가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드라이버 여러 개를 사용하는 이유는 주파수 응답 대역폭을 넓힌다는 것도 있지만 ‘각 음역의 최적화’가 더 중요한 듯 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각 음역의 에너지를 보강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S-EM9의 쿼드 하이, 쿼드 미드 선택은 다음부터 설명할 여러 특성에 폭넓은 영향을 줍니다.

*소리를 입체적으로 여러 지점에서 살펴보는 경험

BA 유닛을 8개, 12개 – 이런 식으로 매우 많이 넣은 이어폰 중에는 주파수 응답 형태를 조정하여 ‘라우드 스피커 같은 느낌’을 추구하는 모델도 있습니다. 보통은 초저음이 많이 강조되는 편인데요. S-EM9은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속에 맺히는 인이어 모니터를 그대로 지향하는 9 드라이버 이어폰입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공간을 넓게 펼치기보다는 소리 자체를 가깝게 듣되 입체적으로 여러 지점에서 골고루 살펴보는 경험을 줍니다. 즉, 라우드 스피커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을 뿐, 이어폰의 소리 자체는 밀폐된 커널형 이어폰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넓고 깊은 공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싱글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으로 감상하다가 멀티 BA 이어폰으로 바꾸면 처음부터 확 느껴지는 입체감이 있는데 S-EM9은 그 입체감이 더욱 큽니다.

*흥미로운 아이러니의 집약체, 키워드는 ‘조화’

이 이어폰의 소리는 한 번 접해보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 말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아이러니의 집약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사람이 발견한 음향의 노하우가 이 제품의 개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으리라 예상합니다. 몇 가지 항목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1) 플랫 사운드는 아니지만 왜곡된 소리도 아니다. 고음, 중음, 저음의 비중이 잘 맞춰져 있는데 모두 조금씩 강조되어 있어서 듣기에 즐겁다.

2) 고음이 선명하게 살아나지만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다.

3) 중음의 선이 두텁고 위치가 가깝지만 너무 가깝지도 않다.

4) 부드러운 울림의 저음 강조가 있지만 과하지도 않고 빈약하지도 않다.

S-EM9을 정의하는 단어는 ‘조화’인 듯 합니다. 사람이 듣기에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소리를 3개 영역으로 분할하고 각 음 영역이 서로를 가리지 않도록 설계했으며, 그러면서도 고.중.저음이 멋진 앙상블을 만들게 합니다. 이 점은 제가 최근 사용해본 100만원 이상의 인이어 모니터 제품들에서 자주 발견했던 부분입니다. 단, S-EM9은 그 제품들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조화를 달성했다고 봅니다. 고.중.저음 모두가 각각의 듣기 좋은 점이 있는데 그것에 더하여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정확함도 갖추고 있습니다.

*좋은 청취 경험을 위해 잘 맞춰진 밀도

소리의 밀도가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습니다. 밀도가 너무 높으면 음의 충실도가 향상되지만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되며, 밀도가 너무 낮으면 청각의 부담이 줄어들지만 소리가 늘어진 듯 하고 잔향이 많게 됩니다. 굳이 한 쪽을 찍어본다면 S-EM9의 소리 밀도는 약간 높은 편인데 청취자가 긴장하지 않고 오랫동안 편안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풀어주는 성향이 있습니다. 사용 중인 고해상도 재생기나 외장 DAC가 혹시 Fast Roll-off와 Slow Roll-off를 선택할 수 있다면 S-EM9에게는 Fast를 권하고 싶습니다. Slow를 선택하면 웨스톤 이어폰과 흡사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해상도 향상된 W4 같음), Fast를 선택하면 이어소닉스 느낌(?)이 나올 것입니다.

*소리의 깊이로 만드는 큐브 형태의 공간

소리의 깊이가 있습니다. 3D 개념으로 고.중.저음의 위치를 나눕니다. 여러 악기의 소리가 여러 방향으로부터 들려오는 느낌이 듭니다. 혹시 풀레인지 유닛의 고.중.저음이 한 줄로 배열된 감각을 선호한다면 이 점은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싱글 드라이버와 멀티 드라이버의 근본적 차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여러 개의 드라이버를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엮으면 아무리 타이밍과 페이즈를 잘 맞춰도 각 음역이 나뉘어 들리는 듯한 속성을 지니게 됩니다. 이것 때문에 멀티 BA 이어폰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지요. 사실은, 소리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속성이 멀티 BA 이어폰의 본질적 장점이 아닌가 하고 생각 중입니다. S-EM9의 소리가 만드는 이미지는 큐브 형태의 공간인데 그 형태가 산만하지 않고 뚜렷합니다.

*진하게 휘감는 액체 같은 중음

보컬과 현악기 소리가 유난히 좋게 들립니다. 귀 속으로 깊이 파고들면서 매우 고운 질감을 내는데요. 보컬과 현악기 모두 고음이 어느 정도 포함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약간의 듣기 좋은 달콤함까지 더해집니다. 귀 속에서 맴도는 기체가 아니라 진하게 휘감는 액체 같은 중음입니다. 같은 바이올린 연주도 S-EM9을 거치면 더욱 끈적한 보잉을 지니고, 피아노 연주는 그 뉘앙스가 더욱 풍만해집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소리의 압력도 중요합니다. 중음의 선이 굵을 뿐만 아니라 선의 색깔이 짙게 느껴집니다. 서예를 한다면, 같은 굵기로 글씨를 썼는데 S-EM9은 훨씬 진하고 품질이 좋은 먹을 쓴 듯 합니다. 또, 중음이 앞으로 튀어 나오지 않고 알맞은 위치에 있어서 다른 음 영역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투명한 음색인데 촉촉한 달콤함이 있는 고음

고음의 색깔을 본다면 재생기나 앰프에 따라 미세하게 다르지만 거의 무색무취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밸런스드 아머처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고음 색깔 차이를 많이 느껴봤다면 밸런스드 아머처 소리라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으나, ‘응? BA인데 파랑색이 아니네?’라며 의아해할 것입니다. 다른 BA 이어폰에 비한다면 밝은 고음일 수 있으나 밝은 고음을 지닌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과 비교한다면 그냥 투명한 고음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회색 더블팁을 사용하여 감상하면 S-EM9의 고음에서는 참으로 잊기 어려운 달콤함이 느껴집니다. 매우 촉촉한 케익 같다고 하면 대충 맞겠군요. 너무 달지 않은, 자연스럽게 단맛이 우러나오는 케익입니다. 이 느낌은 높은 중음부터 고음 전체까지 골고루 적셔져 있어서 여성 보컬을 더욱 촉촉하게 만들며 심벌즈 소리는 더욱 시원하게 번집니다.

고음 중에서 특히 중음과 가까운 낮은 고음이 뾰족하게 강조되면 치찰음 생긴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 제품은 낮은 고음과 초고음 모두 강조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감이 대단히 훌륭합니다. 사람이 츠, 트 발음을 세게 하면 치찰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드럼의 하이햇 심벌즈 소리는 원래 칙칙하는 고음을 만듭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고음의 생생함을 자극적이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며 S-EM9의 고음 드라이버는 바로 이 점에 충실합니다.

*깊고 부드럽게 울려서 오래 즐길 수 있는 저음

여기에서 멀티 BA 이어폰의 기본 지식 비스무리한 것을 짚어 봅시다. 인이어 모니터 제조사들은 BA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고음과 저음을 강조하며 가장 BA가 많은 모델은 저음이 더욱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향에서 제가 겪은 첫 번째 예외가 웨스톤 W80이었으며, 두 번째가 바로 이어소닉스 S-EM9입니다. 둘 다 저음을 강조하되 배경에서 든든한 울림이 될 정도까지만 강조합니다. 저음 펀치가 고막을 두드릴 정도로 강한 저음은 아닙니다. 만약 두 제품의 저음량을 대놓고 비교한다면 S-EM9이 조금 더 많은 듯 합니다.

S-EM9의 저음은 바닥에서 웅웅하고 울리는 초저음까지 깊게 재생되며 높은 저음의 타격은 생각보다 부드럽습니다. 응답이 명확하여 저음의 끝이 흩어지지 않고 빠른 템포의 저음 연주도 깨끗하게 이어집니다. 단, 고막을 강하게 누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타이어로 치면 공기압을 약간 낮춰서 그립을 강화한 소프트 세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깊게 울리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들리는 저음이 귀를 즐겁게 합니다. 이어폰의 소리가 오래 듣기에 부담스럽다면 그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 강한 고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돌처럼 단단한 저음도 만만치 않은 원인이 됩니다. S-EM9의 저음 튜닝은 이 점에서 또 한 번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분명히 강조된 저음이고 타격도 든든한데 조금도 부담스럽지가 않습니다.

*어떤 음악이든 새로운 즐거움으로 전달한다

거의 완벽한 올라운드 타입의 이어폰입니다. ‘어떤 음악이든 다 어울리는 심심한 소리’가 아니라, ‘어떤 음악이든 새로운 즐거움으로 전달하는 소리’라고 하겠습니다. S-EM9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조화’가 음악 장르 선택에서도 큰 장점으로 통합니다. 부드럽지만 단단함이 있고, 듣기 편하지만 선명함이 있으며, 각 음악마다 필요한 음역의 강조를 알맞게 처리해줍니다.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악곡부터 순전히 기계로만 제작된 전자 음악까지 각 장르의 특징을 정확히 드러내는군요.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음색의 조율 덕분에 ‘음악의 분위기를 타지 않는다’는 장점도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이 물건으로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를 들으면 냉정하고도 약간 거친 감정을 느끼는데, 케니 지의 로맨틱한 스무쓰 재즈를 들으면 핑크빛의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음악의 종류와 이어폰의 소리가 동화된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Summary for ‘EarSonics S-EM9’

1) 소리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인이어 모니터인데 음악 감상에 더 초점을 맞춰서 사운드를 튜닝한 제품이다.

2) 고.중.저음의 균형이 좋지만 플랫 사운드는 아니다. 타 브랜드의 멀티 BA 이어폰들이 웅장한 저음과 약간 포근한 음색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S-EM9은 든든히 보강된 저음을 바탕으로 하면서 고음과 중음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준다.

3) 음악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사람의 노하우로 소리를 제작했다. 현재의 이론과 기술에 맞춰 원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소닉스가 추구하는 사람의 감정(Emotion)을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원음을 만들었다.

4) 채널당 드라이버 9개씩 담은 멀티 BA 이어폰이지만 아크릴 쉘과 케이블이 가벼워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휴대도 용이하다.

5)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듣기에 즐겁고 선명한 소리로 전달한다. 고음, 중음, 저음 모두가 적당한 특색을 갖고 있는데 지나치지 않으며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어떤 음악에서는 살아나고 어떤 음악에서는 심심해지는 그런 이어폰이 아니다.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서 살아나는 진정한 올라운드 타입의 이어폰이다.

6) 사운드 이미지를 그려보면 고음, 중음, 저음의 3개 영역이 뚜렷한 형태의 입체 큐브를 만든다. 소리가 여러 방향에서부터 들려오는 듯한 감각이 있다. 라우드 스피커의 현장감을 시뮬레이션하는 이어폰이 아니라 소리 안으로 깊게 들어가서 분석하는 이어폰이다. 그런데 소리의 넓이와 깊이가 깨끗한 큐브 형태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리뷰는 사운드캣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광고주에게 고용된 리뷰’와 ‘제품 분석에 집중하는 리뷰’의 차이를 직접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http://luric.co.kr/220844378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