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INTERVIEW] 황만석, 랜드마크 작가

2012년 전 세계가 ‘대한민국’ 그리고 PSY의 ‘강남스타일’로 하나가 되었다. ‘강남스타일’(Gangnam Style)은 한국을 넘어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30개국 이상의 공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신화를 기록했다.      

강남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32억 건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이 기록은 아시아 가수로는 최초이자 당시의 역대 유튜브 조회수 1위였다. 약 845만 건의 좋아요 추천을 받아 최다 ‘좋아요 추천’ 분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라 있다.     

또한 MTV 유럽 뮤직 어워드 최우수 비디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3년 1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1,200만 건 이상의 싱글을 판매해 세계 디지털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싱글 중 하나가 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역사적인 콘텐츠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 되었다.     

2016년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자 랜드마크인 코엑스(COEX)에 강남스타일을 상징하는 금색 동상이 세워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상징성과 작품에 대해 왜곡된 해석을 하며 연일 앞다투어 비판의 여론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 강남스타일의 동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는 것은 오직 우리나라의 언론뿐이었다. 해외 언론에서는 강남스타일을 상징하는 손 모양 동상을 극찬했으며, 콜드플레이(Coldplay)는 동상 앞에서 춤추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사진: Coldplay 트위터

세계적인 스타 Coldplay가 한국에서 찍은 두 장의 사진 중 한 장이 바로 강남스타일 동상 앞에서였다. 나머지 한 장은 자신의 공연이 열렸던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였다.     

이는 외국인들에게 강남스타일의 동상이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 그리고 이 동상을 제작한 랜드마크 작가 ‘황만석’에게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한민국의 문화 랜드마크인 ‘강남스타일’ 동상을 넘어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역 광장에 대한독립을 상징하는 ‘안중근 의사 손도장’ 동상 건립을 추진 중인 랜드마크 작가 황만석을 만나 그의 작품에 숨어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만석, 랜드마크 작가]

Legend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새 시작을 여는 매거진 창간호에 인터뷰를 하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랜드마크 작가 황만석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작지만 큰 ‘아톰’이라는 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아톰은 글로벌 기업의 광고나 영상을 제작하거나, 박물관과 신도시의 문화예술 랜드마크의 마스터플랜까지 모든 분야를 섭렵하는 랜드마크 디자인 전문기업입니다.

랜드마크는 단순한 조형물이나 건축물이 아닙니다. 스토리텔링과 결합된 랜드마크는 지역 사회의 환경과 관광문화 콘텐츠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의미 있는 창작물입니다.     

랜드마크의 거버넌스(governance) 시대를 맞아 현대문화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창작되는 조형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현재 전국에 산재해 있는 식상한 천편일률적인 조형물에 대한 원인을 규명할 때이며 그 구조적 불합리성과 문제점에 대한 판단과 해법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흔히 랜드마크라 불리는 조형물은 단순한 조형물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는 분명 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야 하며 ‘스토리텔링’이라 불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없이 급급하게 세워진 조형물은 시간이 지나면 흉물이 되고 다시 고철로 돌아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버리게 됩니다.     

저는 컴퓨터 그래퍼(CG) 1세대로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주로 글로벌 광고 제작 일을 하던 중 ‘디자인을 통해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해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저의 호기심 덕분에 ‘독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세계인에게 독도를 알리는 일에 매진한 적도 있습니다. 거기서 발전해 지금은 우리나라만의 고유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관광자원으로서의 랜드마크 제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저를 소개하기 가장 쉬운 작품은 아마 코엑스에 전시되어 있는 강남스타일 동상이 아닐까 합니다. 강남스타일 스토리텔링 랜드마크는 세계 32억 명 이상이 유투부를 통해 열광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영상에 나오는 ‘말춤’의 손동작을 모티브로 인터렉티브 하게 제작했습니다. 실제 뮤직비디오의 촬영지였던 코엑스 앞에 설치해 강남을 찾는 세계인의 소통과 공유를 위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했던 세계적인 그룹 Coldplay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동상 앞에서 말춤을 추며 사진을 찍어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제가 한 일에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이야기가 담겨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조형물에 이야기를 담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제가 어릴 때부터 넘치는 호기심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버릇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호기심이 많고 의협심이 강했던 저의 어린 시절 꿈은 ‘과학자’나 ‘예술가’ 둘 중에 하나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시절까지는 화가를 목표로 그림에 몰두했습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팝아트 디자인’에 매료되었고 저의 인생의 목표를 시각디자인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CG 등의 디자인과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는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지낸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을 하면서 개인 회사 설립을 준비했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며 제가 디자인하는 모든 것들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저는 ‘디자인이 가진 선의의 영향력으로 우리 후손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의 재능을 기부하며 살자’라는 인생의 목표를 만들게 됩니다.

학업과 제가 배워야 할 것을 성실히 익혀가면서도 주변에 훌륭한 선배님들의 작품을 보며 감각적인 지능을 키워갔습니다. 이 세상 모든 선배님들이 저의 롤모델이었습니다. 특히 대학시절 은사님이셨던 권명광 전 홍익대 총장님, 그리고 중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이셨던 김예순 화백, 더불어 저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가져다주는 가우디, 안도 타다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 코르뷔지에, 아니쉬 카푸어, 알렉산드로 멘디니, 제프 쿤스 등, 모두가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또 무엇보다 묵묵히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제 아내에게 이 바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주변의 부족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예술은 절대 정치의 도구나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였습니다. 오롯이 작품 그 자체의 가치를 바로 알아야 하고 편견과 오해를 버리고 작가의 의도나 스토리텔링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무조건 언론에서 자신들의 편의로 정의 내린 기준을 잣대 지어 흉물이네, 세금낭비네 떠들어댄다 하더라도, 국민들만은 문화인의 시각에서 성숙하고 진실한 판단을 내리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줄 서서 인증숏을 찍는 랜드마크라는 것은 분명 한국 언론에서 간파하지 못한 그 무언가가 외국인들 눈에는 너무나 쉽게 보인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렇게 현시대의 조형물은 바라만 보는 대상에서 세계인이 같이 소통하고 공유하는 축제와 같은 존재로 변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조형물은 사람과 함께 호흡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2012년 전 세계 인구가 강남스타일과 함께했던 그 아름다운 추억이 그들을 ‘강남스타일’ 동상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 찍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하나의 랜드마크 조형물이 탄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와 조형물 제작 업체 간의 순조로운 협업이 키포인트이며, 쌍방 간 단순히 구두로 이뤄지는 소통을 체계적으로 적립할 제도적인 장치 역시 그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더불어 조형물과 제작업체의 선정에 있어서도 단순한 실적 위주의 선정 형태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아티스트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문을 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선정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이를 심사한다면 아티스트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어류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를 예를 들면 저희는 현재 홍콩영화제(금상장), TVB, 대만 영화제(금마장) 등 글로벌 아트 디렉터 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의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포스터 초대전 등 개인 아티스트들의 국제 교류전을 준비 중입니다. 저희가 직접 글로벌 시장에 문을 열고 실력 있는 국내 아티스트가 그 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9년은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한 해입니다. 저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 대한민국 독립의 상징인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을 조형화해 서울역 광장의 랜드마크로 만들 예정이며 이미 디자인은 완료해 정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이번 3.1 운동 기념 동상이 성공적으로 세워지면 이를 계기로 국가에서 한국의 디자인 산업에 조금 더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한국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관련 행사는 참여 기업의 홍보 수단 정도로 밖에 인식이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사진: 스포츠조선/ 제공: 황만석

이런 기존의 틀을 과감히 타파하고 칸이나 뉴욕의 ‘국제 디자인(광고, 영상, 포스터) 비엔날레’ 같은 디자이너 위주의 행사를 개최한다면 한국의 디자인 인재 양성과 세계화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 이런 국제적인 디자인 대회를 개최하고 적극적인 후원과 협찬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순히 정부에 요청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현시대를 넘어 미래를 계획하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창의와 신기술의 컬래버레이션,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 구현, 친환경적 하이브리드 한 유니버설 디자인, 바이오와 로봇기술의 융합 등 관점을 바꾸면 무궁무진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저의 디자인은 친숙한 습관과 고정관념에 대항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많은 예술가 분들께서 공감하시겠지만 창조의 시간은 고통과 고뇌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예술인 본인의 즐거움이자 긍지가 됩니다.

젊은 날 잠 못 이루고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밝히는 씨앗이 되기 위함이고, 그러한 싸움의 결과는 다음 세대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관점을 바꾸면 미래가 보일 것입니다. 남은 2018년 무술년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황금돼지해 2019에는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