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INTERVIEW] 허주원, 모비프렌 대표

국내 블루투스 이어폰 제조업체 모비프렌 허주원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휴대폰 개발실에서 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다 2002년 모비프렌의 전신인‘ GT텔레콤’을 설립했다.

그는 삼성전자 ‘애니콜’ 개발사로 참여해 모바일 기술력을 확보했고, 2007년 휴대폰용 블루투스 기기 제조사 ‘모비프렌’ 브랜드를 론칭했다.

모비프렌은 지난 2016년, 대한민국 블루투스 산업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또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아마존’에 입점하며 모비프렌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인정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블루투스’ 전문 중소기업으로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글로벌 강소기업’ 모비프렌이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모비프렌의 허 대표는 이 위기의 원인은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 CJ의 ‘갑질’ 때문이라 말한다.

이에 레전드 매거진은 지난 겨울 40여일간의 긴 단식투쟁을 마치고 모비프렌 정상화를 위해 업무에 복귀한 모비프렌 허주원 대표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비프렌, 그리고 CJ]

CJ 측은 ‘브랜드를 키워주겠다’, ‘판매를 신장시켜 주겠다’며 모비프렌에 제안했고, 모비프렌은 2016년부터 2년간 CJ ENM(대표 허민회)에 블루투스 제품을 독점으로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체결과 함께 모비프렌의 온·오프라인 국내 독점 판권이 CJ로 넘어갔다.

양측은 2년5개월간(2016년 8월~2018년 12월) CJ는 모비프렌에서 최소 98억6천만원어치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연도별 ‘최소 구매 금액’은 2016년 13억6천만원, 2017년 40억원, 2018년 45억원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CJ는 첫달인 2016년 8월 4억9천만원 가량을 구매하고나서부터는 구매량이 크게 줄어들어 2016년 총 구매액수는 8억8900만원에 그쳤다.

2017년 초 1월 7200만원에 이어, 2월 3600만원, 3월 2억3900만원 가량의 구매만이 이뤄졌고, 4월엔 구매량이 ‘제로’였다. 그러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CJ의 구매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비프렌 허 대표는 더 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바로 CJ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 모비프렌이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유통망이 CJ에 의해 붕괴됐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모비프렌이 CJ에 국내 판권을 넘기기 전, 전국적으로 1천여개 이상의 매장에 입점해 있었다고 한다. 하이마트 전 매장(당시 370개, 현 460개)과 이마트 전매장(234개)에 모두 입점해 있었고, 공항 및 면세점 교보핫트랙스, 링코 등에도 입점해 있었다.

그러나 모비프렌의 판권이 CJ로 넘어가고난후 거래처는 하나하나 정리되며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현재 CJ는 이마트 57곳, 올리브영 16곳 등 150여개 매장에만 모비프렌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판매 모델 갯수마저도 대폭 축소했다.

온라인의 경우도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5개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하고 있던 모비프렌은 CJ와의 계약 체결후 현재는 단 한 업체만 납품을 하고 있다.

CJ측은 “유통을 잘못한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하지만 모비프렌과 함께 열심히 뛴 건 사실”이라고만 답변해왔다.

CJ의 수상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비프렌으로부터 구매해 간 물건 총 75억원어치를 창고에 쌓아두고 판매나 유통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 모비프렌은 인건비 유지비를 위한 12억 5천만원 상당의 대출만 쌓였다. 이렇게 모비프렌은 CJ와의 계약후 위기에 직면했고, CJ 측에 20여번의 이메일과 등기우편, 그리고 내용증명 등을 보냈지만 단 한 번의 답변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허 대표는 “저는 10년이란 세월동안 오직 성장 가능성만 보고 80억원 넘는 자금을 블루투스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라며 “10년간 수익을 못 내고 있다가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에 CJ가 찾아와 브랜드를 키워주겠다, 그리고 제품을 팔아주겠다며 접근해 왔다. CJ와의 계약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CJ는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허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하고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자 CJ가 전략을 바꿔 모비프렌으로부터 제품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이 제품들은 시장에 유통되지 않은채 CJ 창고에 그대로 쌓여 방치됐다 말한다.

이어 허 대표는 “CJ와 계약 전 판매처는 1천여개가 넘었는데, CJ가 모두 정리해 지금은 150여개 남은 상태다”라며 “계약 전 매출은 월당 1억7천만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월 매출액이 4~5천만원 안팎이다. 이 매출액마저 CJ가 창고에 물건을 쌓아놓고 있어 우리가 납품을 한 제품을 다시 10% 웃돈을 얹어주고 재구매해서 판매하고 있는거다”라며 CJ가 행한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런 행태를 지켜본 허 대표의 측근들은 ‘CJ가 회사를 죽여 헐값에 인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라는 주장이 붉어졌으며, 허 대표 역시 이 이론 외에는 딱히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CJ의 행태는 단순히 매출 하락 등의 금전적인 피해만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모비프렌’이라는 브랜드와 기업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허 대표는 말한다.

허 대표는 “지금 상황은 우리 모비프렌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CJ는 최소한 유통망이라도 예전 상태로 원상 복귀해 모비프렌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상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러한 허 대표의 주장에 CJ측은 “우리는 모비프렌에 총 100억을 투자해 75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이는 명백한 모비프렌의 역갑질이다”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CJ의 반격에 허 대표는 현재 ‘허위사실유포’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CJ를 고소한 상태다. 이 고소의 근거로 CJ는 75억원 상당의 제품을 창고에 쌓아놓은 것을 손실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 설명한다.

또 허 대표는 “삼성전자는 78년부터 88년까지 10년간 수익을 내지 못한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89년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1년 만에 10년간의 투자금액을 해소하고도 남았다. 지금도 삼성의 반도체가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10년간의 투자로 인해서다”라며 “모비프렌 역시 블루투스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10년을 투자했고 그 성과를 이루려는 시점에 CJ가 유통망을 파괴하고 브랜드를 추락시켰다”고 강조했다.

모비프렌 허주원 대표는 단순히 CJ 기업의 문제가 아닌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긴 비극이라며 아래와 같이 전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역갑질 당했다며 언론에 도배하는 거 자체가 범죄 행위라 본다. 반드시 CJ 이재현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하고, 유통망 회복과 그 동안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모비프렌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역시 2015년 98만 불에서 2017년 131만불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12만불로 추락해버렸다. 이는 CJ와의 계약 체결후 국내는 물론 수출까지 추락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라 강조했다.

지난겨울 광화문 광장, 차디찬 겨울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그곳에서 허 대표는 간이 천막에 몸을 기대어 모비프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무려 40여일간 이어갔다.

결국 그가 단식투쟁을 이어가는 동안 모비프렌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그는 잃은 것을 되찾기보다 더 많은 것을 잃지않기 위해 최근 사무실로 복귀해 생존을 위한 또 하나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허 대표는 마지막으로 “청와대나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 적극 해결해주길 바란다”며 “힘든 싸움이지만 진실이 분명 이길 것이고, 또 포기하지 않으면 모비프렌은 반드시 이기리라 확신하다”고 말했다.